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게 될까?
나는 평소에 복권을 거의 사지 않지만. 전날 특이한 꿈을 꾸는 경우 아주 가끔, 복권을 구매하곤 한다. 오천 원어치 랜덤번호 다섯 장.
복권을 사고 난 순간부터는 1등이 이미 당첨된 마음으로 이것저것 행복한 상상을 하며 당첨금을 어떻게 분배할지 고민을 아주 구체적인 수준으로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언제나 결과는 낙첨, 심지어 5등 상금인 5,000원도 잘 당첨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미 받을것으로 상상했던(?) 내 일등상금이 다 날라갔기 때문에 허무함이 크게 다가온다. 그렇게 되면 또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뒤숭숭한 밤이 지나고 특이한 꿈을 꾸고 즉흥적으로 복권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별다른 꿈도 꾸지 않았지만, 문득 로또와 운에 대한 욕심과 호기심이 생겼다. “내 인생에서 로또 1등 당첨 기회가 과연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다 보니, 이리저리 자료를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루마니아의 스테판 만델(Stefan Mandel)에 대해 알게 되었다.
스테판 만델의 전략
루마니아의 경제학 교수였던 스테판 만델은 당시 적은 교수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자신의 수학적 능력을 복권(확률) 연구에 쏟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1등에 당첨될까?’가 아니라, “가용한 비용을 모두 투자해서 최소 2등에는 무조건 당첨될 수 있는 전략”을 세웠다. 어떤 번호가 추첨이 되더라도 적어도 5개의 숫자는 반드시 맞히는 조합을 모두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조합적 응축(Combinatorial Condensation)이라는 기법이다. 이 전략을 통하여 만델은 2등은 물론, 운 좋게(?) 1등도 당첨이 되어 큰 상금을 얻게 되었고, 이후 호주로 이민을 가서 더 발전된 전략으로 그의 인생에서 총 14번의 복권 당첨을 만들어 내었다고 한다

솔깃해진 나는 이 전략이 한국의 복권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분석해 보기로 했다.
한국 로또의 경우의 수와 1등 확률
한국 로또는 1에서 45까지 45개의 숫자 중 6개의 숫자를 뽑히는 순서에 상관없이 정확히 일치해야 1등에 당첨이 된다. 이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면 8,145,060가지의 수가 나온다.

로또 1회 응모 비용이 1,000원이니 1등을 하기 위해 당첨 가능성이 있는 모든 번호를 다 산다고 계산한다면 8,145,060 X1000원 = 8,145,060,000 81억 4천5백6만원을 들여야 1등 당첨을 보장받는다.
혹시 모르니 한 개도 빠지지 말고 81억 4천5백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서 모든 로또 번호를 다 사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한국 로또 1등 당첨자의 상금을 보면 대략 16억에서 21억 원 안팎이고, 세금 등을 떼면 실수령액은 더 적다. 게다가 2등(약 9천만 원대), 3등(약 200만 원대) 등의 부수적인 당첨금을 다 합쳐도 81억 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회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번엔 만델과 동일한 전략인 2등 전략을 택해보면 어떨까? 문제는 한국 로또의 2등은 ‘당첨 번호 6개 중 5개 + 보너스 번호 1개’가 맞아야 하므로, 사실상 6개를 모두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경우의 수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현실적 접근으로 ‘6개 중 5개를 맞추는’ 3등을 노려보았다.
- 한국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1/8,145,060 ≈ 0.0000122774%
- 한국 로또 3등 당첨 확률은 234/8,145,060 ≈ 0.00287291%
3등은 1등 대비 234배 높은 확률이지만, 당첨 가능성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낮다. 게다가 3등 당첨금은 회차마다 달라지지만 보통 200만 원 전후이므로, 1,000~1,500장 정도를 사서 3등 하나 당첨이 되어야 그나마 본전을 맞출 수 있다(1, 2등은 안 된다고 가정).
1,500개의 조합으로 한국 로또의 매직 넘버 5개를 맞추는 조합을 찾아보려고 이리저리 해봤는데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절대 손으로 할 수 있는 양은 아니었고 조합적 응축과 동일한 개념으로 Covering Design이라는 수학적 공식도 알아보고 여러 사이트도 찾아냈는데 직접 원하는 계산을 진행하려고 하면 파이썬을 활용해서 코딩해야 하거나 논문에 나와 있는 알고리즘을 반영해야 가능해 보였다. (하려면 할 수 있었겠지만 분명 누군가는 이미 생각해 보고 시도해 봤을 것이라 생각해서 게으름 이슈로 간편한 방법이 없을까 더 파보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아래와 같은 사이트를 발견했고, 일정 수준의 컴퓨팅 연산은 지원해 주길래 몇 가지 시도를 했다.


이 사이트에서 전체 숫자(45), 뽑는 숫자(6), 그리고 “최소 몇 개까지는 무조건 일치시키고 싶은가” 같은 값을 넣으면 자동으로 조합을 생성해 준다. 다만 5개 일치(3등 보장)를 계산하기엔 사이트 연산 능력이 부족해, 우선 4개 일치(4등 보장)만 시도해 봤는데 무려 12,696개의 조합이 나왔다. 비용으로 치면 약 1,270만 원(12,696장 × 1,000원)이다.

확인차 임의의 번호 6개를 넣고 당첨 여부를 검증하니 실제로 4등이 열댓 장 당첨되긴 했다. 하지만 그 4등 상금(약 5만 원~10만 원 수준)을 얻자고 천만 원 이상을 투자하기엔 전혀 이득이 안 된다.
현재까지의 결론
결국 내가 로또 당첨금을 노리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서 이익을 낼 방법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물론 더 세밀한 수학 지식이 있다면 ‘Covering Design’의 최적 해를 찾거나, ‘6개 중 5개를 무조건 맞출 수 있는 최소 조합’을 구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내 지식과 여건으로는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요약 및 추후 과제
요약
1. 모든 경우의 수를 사서 1등에 당첨되는 것을 보장하려면 약 81억 원이 필요하지만, 평균 1등 당첨금으로는 투자비 회수가 어렵다.
2. 만델이 활용한 ‘2등 보장 전략’도 한국 로또 규칙에선 쉽지 않다. 3등 목표로 Covering Design을 시도해 봤지만 계산량이 막대하고, 실제 투자 대비 수익성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3. 현실적으로 당첨 가능성을 높이는 기법보다 행운에 맡기는 쪽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추후 과제
1. 최적 Covering Design 연구
— 6개 중 5개(3등)를 무조건 맞추는 최소 조합 수를 찾는 알고리즘 또는 수학적 기법 탐색.
2. 투자 대비 수익성 분석
— 당첨금 통계(회차별 평균, 분포 등)를 충분히 고려하고, 대량 구매 시 발생할 수 있는 중복 당첨도 반영하여 투자비 대비 실제 수익성을 평가.
3. 복권 외의 다른 확률 게임
— 로또 외에도 슬롯머신, 토토 등 다른 확률 게임에서의 수익/확률 최적화 가능성 검토.
위의 내용을 조금 더 심화해서 살펴본다면, 결국 문제는 ‘기댓값’과 ‘현실적인 투자비 회수’에 귀결된다. 아무리 확률을 개선한다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 비용과 리스크를 감수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기분 전환용으로 소량 구매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외 발견한 사이트
